10월 태고의 자연에 묻힌 가을 '정선'

김초록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1/10/04 [13:46]

10월 태고의 자연에 묻힌 가을 '정선'

김초록 여행작가 | 입력 : 2011/10/04 [13:46]
교통이 많이 편리해졌다지만 정선으로 가는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비경을 간직한 산과 들과 강이 내내 길동무가 돼 주어 그나마 지루함은 한결 덜하지만 피로감까지 덜어주진 못한다.

예부터 강원도 중에서도 정선 영월 평창, 3고을은 산이 많고 깊어 ‘산다삼읍(山多三邑)’이라 하였다. ‘아질아질 성마령 야속하다. 꽃베루/지옥 같은 정선읍내 배년 간들 어이 가리…’. ‘정선 아리랑’에 나오는 노랫말의 한 대목도 이 고을이 얼마나 깊은 산중에 숨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 강원도 산간마을의 주거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라리촌

옛 적부터 정선 사람들은 거친 땅만큼이나 옹골찬 삶을 이어왔다. 산간이 대부분인 그네들의 생활 방식은 억척스러움 그 자체였다. 화전민(산이나 들에 불을 지른 다음 그곳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몸 부비고 사는 집 또한 다양해서 기후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집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네들은 자연의 뜻에 따라 집을 지었고, 삶의 방식도 자연과 가까워지려고 애썼다.

정선 읍내 조양강변에 들어선 아라리촌은 정선 지역을 비롯해 강원도 산간마을 사람들의 독특한 옛 주거문화와 생활 방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라리촌에 들어서면 먼저 다양한 형태의 옛집(전통민가)이 반긴다. 전통와가와 굴피집, 너와집, 저릅집, 돌집, 귀틀집 등 6종류의 전통가옥은 아파트 문화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한 서낭당과 장승, 연자방아와 통방아, 물레방아, 방앗간, 고인돌, 농기구공방 같은 옛날 정선 사람들의 생활도구들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잔디밭 사이로 난 산책로 옆의 누정(육모정)에 오르면 정선읍내와 조양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육모정 옆으로 가면 동동주, 곤드레나물밥 따위의 정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주막이 나온다. 

# 사람 냄새 물씬한 정선 5일장

아라리촌이 있는 정선읍내에 정선 5일장(2, 7일)이 선다. 장터에는 가리왕산, 노추산 등지에서 캐온 약초들과 고추, 마늘, 배추, 황기 같은 토종 특산물들이 가득하다. 특산물 못지않게 향토 음식도 단연 인기다. 곤드레 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간장 고추장 된장을 비벼 먹는 곤드레비빔밥, 국수가 콧등을 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콧등치기국수, 황기를 넣어 끓인 황기백숙, 올챙이를 닮은 올챙이국수, 갖가지 산나물로 만든 산채정식,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만들어 수제비를 동동 띄운 던지미탕 등 입맛 돋우는 음식이 즐비하다. 

59번 국도를 따라가면서 보라

읍내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동면(사북 방면)으로 가면 국내 유일의 테마동굴인 화암굴을 비롯해 화암약수, 몰운대, 용마소, 거북바위, 소금강, 화표주(華表柱), 광대곡 같은 명소들이 기다린다. ‘화암 8경’에 드는 화암굴은 1934년 금광을 뚫던 중 우연히 발견한 대형 굴로 동양 최대 규모인 유석폭포와 신비한 모양의 종유석, 석순, 석주, 석화(石花), 곡석(曲石) 등을 볼 수 있다. 채광 흔적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동굴 입구까지 모노레일을 운행한다. 화암굴에서 3km 지점에는 위장병과 피부병, 안질에 탁월하다는 화암약수가 있다. 화암약수 바로 위에는 ‘쌍 약수’라 불리는 약수터가 또 한 군데 있는데 톡 쏘는 맛이 덜하다.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독특한 맛이 나 일부러 떠가는 사람들도 많다. 화암약수 안내소(033-560-2576).

화표주에서 몰운대로 이어지는 계곡을 흔히 ‘정선 소금강’이라 부르는데 돌고 도는 산자락을 따라 사모관대바위, 족두리바위, 삼형제바위, 돌두꺼비바위 같은 기암절벽이 늘어선 모습을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구름조차 쉬어갈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는 몰운대(沒雲臺)는 소금강 절경의 백미로 꼽힌다. 아찔한 절벽에 오르면 노송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고 마을과 소금강 계곡의 풍광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몰운대 반대편 깊은 계곡에는 병풍바위, 선녀폭포, 골뱅이소, 바가지소, 영천폭포 등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광대곡이 숨어 있어 연계해 둘러볼 만하다. 

# 나루터가 있는 아우라지

북면 여량리의 아우라지 나루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나루터는 아랫마을과 윗마을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강 위로 줄을 매달고 잡아당겨 움직이는 나룻배는 지금도 여행객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일깨워준다. 뱃사공 아저씨는 구수한 정선 사투리로 아우라지의 추억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 이뤄진 아우라지는 그 옛날 태백과 오대산에서 벌목한 목재를 뗏목에 실어 나르던 물길이었다. 언덕에 서 있는 아우라지 처녀상이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듯하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그리워서 나는 못살겠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날 넘겨주게.”
아우라지에 가면 지금도 어디선가 애잔한 아리랑 노랫가락이 들려오는 듯하다.

# 가을바람 마시며 레일바이크 타볼까

아우라지와 항골계곡을 둘러보고 구절리역과 아우라지역을 잇는 레일바이크를 타 보는 것도 좋겠다. 레일바이크는 편도 7.2㎞구간으로 약 50여 분이 걸린다. 코레일투어서비스(033-563-8787)에서 운영하는 레일바이크는 2인용(무게 110kg)과 4인용(무게 138kg)이 있는데, 맑은 송천을 끼고 이어진 철길이 대부분 평지나 약간의 내리막길이어서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쭉쭉 밀려나간다.

굽이치는 송천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철길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어름치 모양의 기차 카페가 있다.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 좋은 휴식 공간이다. 이곳에서 다시 구절리역으로 돌아가려면 셔틀열차(아리아리호)를 타야 한다. 한편, 구절리역에는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기차 펜션’도 있다. 현역에서 은퇴한 기관차 1량과 객차 4량을 개조해 만든 펜션은 총 9실의 객실로 꾸며져 있다. 하룻밤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침대와 평면TV, 정수기와 미니바, 욕실, 화장대, 에어컨까지 갖춰놓았다. 기차 펜션 옆에 있는 여치 모양의 카페도 눈길을 끈다.

# 험준한 정선의 산

구절리역 주변은 온통 산이다. 정선군 북면과 강릉시 왕산면의 경계에 솟아 있는 노추산(해발 1천322m)과 그 뒤로 잇닿아 있는 발왕산과 오대산 등 태백준령들은 헌걸차다. 노추산은 노나라에서 태어난 공자와 추나라에서 태어난 맹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노추산 서쪽 능선 아래에는 의상대사와 설총, 율곡 이이 선생이 공부했다는 이성대(二聖臺)가 자리하고 있다. 산 위 절벽에서 곧장 계곡으로 떨어져 내리는 오장폭포의 웅장함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이밖에도 가리왕산, 덕우산, 각희산, 민둥산 등도 정선을 대표하는 고산이다. 가리왕산은 일명 ‘갈왕산’이라고도 부른다. 옛날 갈왕이 난리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갈왕산 8경’이 말해주듯 이 산은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맑은 날이면 동해가 보인다는 산꼭대기의 망운대는 8경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등산로는 4군데가 열려 있지만 오대천변 북평초등학교 숙암분교나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좋다. 

회동계곡 옆에 들어선 가리왕산휴양림은 자연을 벗 삼아 하루쯤 푹 쉴 수 있는 곳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은 태고 적 그대로다. 숲속의 집(통나무집)과 산림문화휴양관, 체력단련장, 캠프화이어장, 자연학습장,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 어린이놀이터 등을 갖추고 있다. 이용 문의 (033)563-1544(휴양림관리사무소). 구급약품과 취사도구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선읍에서 가리왕산휴양림까지는 약 12km 거리이며 승용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찾아가는 길(지역번호 033)=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42번국도-안흥-평창-정선읍,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59번국도-나전삼거리-42번국도-아우라지-송천-구절리.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대화-평창-정선. 아라리촌은 정선읍내에 있다. 화암약수(동굴)은 정선읍에서 동면을 거쳐 들어간다. 정선읍-강릉 방향(42번국도)-아우라지교(북면) 진입 전 415지방도 방향 좌회전-구절리역(레일바이크 승강장), 약 30분소요. 정선시내버스터미널-여량행 버스 승차(21회 운행)- 여량터미널 하차-구절리행 마을버스 승차-구절리역 하차(레일바이크 승강장).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평창 방면 우회전-42번국도-안흥-방림 3거리-평창-미탄-비행기재-광하교-용탄-회동마을-가리왕산휴양림. 서울(청량리역)에서 증산역을 거쳐 정선역으로 가는 기차가 하루 2회 운행한다. 문의: 코레일투어 서비스(1544-7786), 정선역(563-9265), 증산역(563-7788). 청량리역에서 하루 18회 운행하는 중앙선 열차로 제천까지 간 다음 제천발 정선행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직행버스 1일 10회 운행. 원주, 춘천, 강릉에서 정선행 시외버스 수시 운행. 정선군청 문화관광과(560-2361-3), 정선시외버스터미널(563-9265).

☛맛집=찹쌀밥과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곤드레나물밥과 메밀로 만든 굵은 면발과 구수한 맛을 자랑하는 콧등치기 국수가 별미다. 읍내 조양강변에 싸릿골(562-4554), 동박골식당(563-2211)을 비롯해 전통마을 아라리촌의 주막(563-0050)에서 파는 곤드레나물밥(6000원)과 산채정식(1만원)을 맛보면 된다. 동광식당(황기족발, 메밀국수 563-3100), 황기보쌈집(황기보쌈, 곤드레밥, 산채비빔밥 563-814)도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숙박=구절리역에 있는 기차펜션이 좋다. 이용 요금: 큰 방(33㎡) 10만원, 작은 방(22㎡) 7만원. 주말에는 조기 마감될 수 있어 서둘러야 한다. 이밖에 정선읍내에 가리왕산이야기(562-1665), 펜션 은하수와여울(562-5768), 수정헌(563-8860) 등이 있고 가리왕산휴양림 입구의 가리왕산관광농원(563-6100), 북면 구절리역 쪽의 옥산장(562-0739), 새치펜션(562-1243) 등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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