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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재능(財能)기부에서 다수의 재능(才能)기부로

글 박동성 | 기사입력 2023/10/04 [14:56]

소수의 재능(財能)기부에서 다수의 재능(才能)기부로

글 박동성 | 입력 : 2023/10/04 [14:56]

장애인 인식 개선의 시작

최근 안내견 30주년 기념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출처 : 삼성뉴스룸, 2023. 9. 19.)

 

해당 보도 내용에 따르면 당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현재와 사뭇 다르며 특히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에 대한 필요성이 공감받지 못하던 시대에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러한 일를 시작할 수 있었던 고인의 뜻은 2023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장애인을 우리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993년에 대기업인 삼성에서 이러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발맞춰 안내견 학교를 개설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분명 시대를 앞선 혜안(慧眼)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부로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시작했다면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여 시각장애인의 인권, 더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장애인복지법 제225조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의2 1항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법으로 의무화하였으니 하기 싫어도 하는 식의 의무 교육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장애인 관련 인권감수성을 스스로 키워 가는 것은 어떨까?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원봉사활동을 진흥하고 행복한 공동체 건설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에서는 자원봉사의 개념을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자원봉사활동과 유사한 용어인 재능기부는 어떤 의미일까? 현행법에서 자원봉사활동과 달리 재능기부에 관련된 규정은 없고 다만 식품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2조 제2호에서 "기부식품등"이란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지원할 목적으로 제공된 식품등을 말한다고 규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재능기부란 무엇을 의미할까?

 

재능기부와 프로보노

재능기부라는 용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검색되지 아니하는 불분명 개념으로 해외에서는 숙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비영리 분야에서 전문성이나 개인적 재능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기술기반자원봉사(skill based volunteering)무료로 일하는, 공익을 지향하는의미로 비현금적인 전문가적 봉사활동을 의미하는 프로보노(pro-bono)등이 사용되고 있고 연구자들은 2010년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재능을 나눕시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식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프로보노의 하나로 주로 소개되는 전문가 집단으로 변호사를 예로 들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서 변호사의 사명으로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전문가의 특성을 규정하고 같은 법 제27조 제1항에서 변호사는 연간 일정 시간 이상 공익활동에 종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변호사 윤리장전 제4조 제1항에서는 변호사는 공익을 위한 활동을 실천하며 그에 참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에서 소개된 찾아가는 마을 세무사역시 프로보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비자발적 재능기부의 문제

2016. 12. 27. 개정 당시 신설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5조의2 규정은 누구든지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하여 자원봉사활동을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자원봉사활동의 강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법률의 개정 이유에서 [...자원봉사활동 명목의 부당한 근로계약 체결 등 자원봉사활동을 빌미로 이른바 열정페이 내지 재능기부를 요구받거나 자원봉사활동 실적이 학교생활기록부에 반영되는 점을 이용하여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게 하거나 참가를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가 행해지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실제 대법원 결정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국내 은행이 내부 인사규정인 팀원급 징계성 후선보임직원 세부 평가기준에서 후선역 보임 후 평가기간 중의 사회 봉사활동 실적을 평가 요소로 삼아 후선역 근로자에 대한 직위하향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정신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이러한 세부 평가기준을 근거로 이루어진 인사발령이 무효라는 2심 판단이 정당하다(2021. 12. 30. 선고 2017217632 판결)”고 판결하였고 2심의 결정에서는 후선역 평가기준은 비자발적사회봉사활동을 사실상 강제한다고 꼬집고 있다.

이러한 판결은 우리나라가 세계기부지수(WGI: The World Giving Index) 순위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나 양적 성장에만 집중해 온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재능기부(talent donation)의 다양성 존중

법률가와 세무사 등 전문가들에 의한 봉사의 의미로 사용되는 프로보노의 영역도 확대되고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렇지 아니하고 각자의 열정으로 한 분야에서 존경받는 사람들과 세상에 비록 알려지지 아니하였으나 묵묵히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의 참여 또한 적극적으로 확대되고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특별한 기술과 재능이 요구되지 아니하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가 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자원봉사 활동 역시 위축되거나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박동성(, 중앙경찰학교 인권소양학과 인권과 성평등 담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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