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두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연준은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인 2%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낮출 때까지 긴축적인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순식간에 4.9%에 육박하면서 경제 전반을 짓누르자 연준이 추가 긴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연준 금리 수준인 5.25~5.50%에서 더 올리는 대신 당분간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 확산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추후 국제유가가 폭등할 경우 긴축 강도를 더 높여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도 금리 동결 유력, 가계부채는 우려 다음 달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투자자들은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온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미국 경제 성장제가 냉각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연내에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4분의 1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수치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대와 상관없이 금융 여건이 긴축된다면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상황이 바뀌면 예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립 N.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이번 주에 “충분히 긴축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과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고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선물 금리로 연준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11월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은 90.3%로 예상됐다. 이는 금리 인상 가능성(9.7%)의 약 10배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최근 미국의 지난달 CPI(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물가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인 근원 CPI는 둔화 흐름을 이어가 시장에선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해 물가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해 8월(4.3%)보다 둔화됐다. 페드워치는 내년 5월까지 연준이 최종금리를 5.50% 선에서 동결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높게 보고 있다. 페드워치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전망 비율을 30.3%까지 올렸지만 9일만에 절반 이하로 가능성을 낮췄다. 경제학자들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미국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 "1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에 대한 응답값을 평균한 결과 4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7월 발표한 2분기 조사 결과(54%)보다 6%포인트 하락했으며, 경기침체 전망치가 50% 이하로 떨어진 건 1년 만이라는 분석이다. 응답한 경제학자 중 59.4%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이 지난 7월 조치로 이미 종료됐다고 봤다. 응답자의 23.4%는 11월 회의에서, 10.9%는 12월에 마지막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자 중 절반은 내년부터 성장세 둔화와 실업률 증가가 나타나면서 연준이 내년 2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으로는 내년 2분기(49.2%)가 가장 많았다. 내년 3분기(23.8%), 내년 1분기(15.9%)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기 확산이 에너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에드 모스 원자재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나와 “이번 무력 충돌 때문에 (미국과 관계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기대와 달리 감산을 완화하지 못할 수 있다”며 “또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더 엄격한 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동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급부상하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미국 은행협회 연설에서 “중동전쟁으로 금리 인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국채 금리 흐름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동전쟁 등의 영향과 미국채를 중심으로 한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결국 10월 31일~11월 1일(현지 시각) 예정돼 있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인상 중단을 공식화하지 않고 '매파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연준 내부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다다를 때까지 고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지를 두고선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 수 있어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서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더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리동결 유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10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포인트(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매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계부채 등은 금리 인상 요인이지만 국내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한은이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더 위축시키고, 금융이자 부담을 키우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중국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도 금리 동결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3% 안팎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물가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약세 흐름이 제한되고 있지만, 물가 변화에 따라 시장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여력 또한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채권 매수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안 연구원은 “11월 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 동결에 나서더라도 올해 12월 마지막 FOMC에서의 추가 인상 경계감이 남게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연말 FOMC 까지 미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지되는만큼 시장금리는 최근 높아진 레벨에서 등락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반등하고 미국의 고금리, 고환율 장기화 우려를 감안하면 매파적 스탠스가 지속될 가능성은 유효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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